스트레스에 대한 정서반응, 인지반응

스트레스 사건이 발생하면 신체만이 아니라 마음도 스트레스 유형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시간의 경과에 따라 반응이 질적으로 변화된다. 스트레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신체에서 다양한 각성반응이 일어나는 것처럼 마음도 스트레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방어반응을 보이게 된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마음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정서적, 인지적 측면에서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정서반응

스트레스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 우리 마음은 그것에 반사적으로 대응하게 되며 정서적 반응이 가장 먼저 나타나게 된다. 스트레스 사건에 대한 정서적 반응은 과거경험부터 평소의 스트레스 사건에 대한 대처방식에 더 의존하기 때문에 평소에 불안한 반응을 보였던 불안해하고, 화를 내던 사람은 화를 낸다. 우리가 스트레스사건에 대해 어떤 정서반응을 보이는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면 그것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다양한 감정이 표현된다. 친구와 말다툼을 하는 상황에서는 분노나 실망을 표현하게 될 것이고,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되면 슬픔을 표현하게 될 것이다. 울포크와 리차드슨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타나는 감정을 크게 분노, 불안, 우울의 세 차원으로 구분하였다.

분노 : 사소한 짜증에서 시작하여 통제하기 어려운 격노까지 다양한 강도의 분노이다. 우리가 누구인가에 분노를 표현하게 되면 마음의 정서적 긴장이 감소될 수 있을까? 물론 프로이트는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공격행동이 정서적 긴장의 감소인 카타르시스를 가져와 분노를 감소시킨다고 주장했지만 태브리스는 가족이나 친구와 같이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에는 카타르시스가 일어나기 어려우며 더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이렇게 본다면 분노의 직접적인 표현은 스트레스를 줄이기보다 새로운 스트레스를 가져오기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분노를 유발하는데 언제나 참는 것이 현명한 것도 아니며 상대방에게 자신이 상대방의 행동 때문에 화가 나있으며 다음부터는 그런 행동을 삼가리는 요구는 정당한 것이다. 더 좋은 방법은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하고 상대방에게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불안 : 사소한 일에 대한 걱정에서 시작하여 파산에 대한 공포까지 다양한 강도의 불안이다. 우리가 시험이나 친한 친구와의 갈등 같은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했을 때 즉각적으로 보이는 일반적인 반응은 불안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은 교감신경계의 활성화 때문으로 적당한 불안은 각성과 집중력을 높여 학습이나 시험에 도움을 주지만 지나친 불안은 집중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심장박동과 근육긴장을 높여 학습이나 시험에 방해가 된다. 스트레스가 주어졌을 때 불안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스트레스로 의한 불안이 지나치게 높아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기력해질 수 있다. 이러한 무기력감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주 나타나는 불안 피드백 시스템인 "불안 피드백의 고리" 때문이다. "불안 피드백의 고리"는 인지적 피드백, 내장근 피드백, 골격근 피드백 등 세 피드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지적 피드백은 세 가지 피드백 중 스트레스에 가장 해로운 영향을 미치며 상황을 실제보다 극단적으로 나쁘게 보거나 위기상황을 되새기도록 하여 스트레스 상황의 위험성을 과장하게 한다. 면접시험을 보러 갔다고 가정했을 때 사람들은 면접 시에 나올 문제에 대해 생각할 뿐 아니라 면접관의 질문에 잘못 말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함께 느끼고 있을 것이다. 면접시간이 가까이 오면서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면접에서 실수하는 장면, 그래서 시험에 떨어지는 상황, 집에서 소식을 듣게 되는 부모님의 표정 등이 끊이지 않고 떠오르게 될 것이다. 이렇게 최악의 상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상황을 인지적 피드백이라고 한다. 인지적 피드백이 일단 시작되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무기력감이 발생하게 되고 실제 면접에서도 실수를 하거나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여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내장근 피드백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심장박동이나 혈압 같이 자신의 의지로 통제하기 어려운 우리 몸의 변화를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성 친구를 처음 소개받았을 때 여러분은 상대방에게 여유 있고 멋진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하지만 상대방이 놓치기 싫을 만큼 매력적이라면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갑자기 느끼게 되는데 이것을 내장근 피드백이라고 한다. 내장근 피드백으로 인해 대화에서 말을 더듬거나 제대로 대화를 이끌어나가지 못하여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 끝으로 골격근 피드백은 근육긴장으로 인한 손의 떨림이나 어색한 목소리 같은 우리 몸의 변화를 느끼는 것을 말한다.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면 긴장을 하게 되고 긴장으로 인해 손이 떨리거나 목소리가 변화되는 경험을 가끔 하는데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금방 감지하게 되어 더 심하게 긴장하게 된다. 인지적 피드백, 내장근 피드백, 그리고 골격근 피드백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불안을 더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기 쉽다. 불안 피드백 고리에 의해 일어나는 무기력감에 대처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불안을 가중시키는 세 피드백은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한 가지 피드백을 조절할 수 있다면 불안에 미치는 다른 피드백의 영향도 함께 감소시킬 수 있다. 첫째, 근육을 충분히 이완시켜 골격근 피드백을 조절한다. 불안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운동을 하기 전에 자주 하는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주거나 근육이완법 같은 체계적인 이완법을 사용하여 골격근 피드백을 줄이면 불안을 감소시킬 수 있다. 둘째,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도록 만드는 부정적 사고연쇄를 중단시키거나 방해하여 인지적 피드백을 조절한다. 불안을 증가시키는 인지적 피드백은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도록 유도하는 사고의 악순환에 의한 것이므로 "중지" 혹은 "그만"이라고 크게 외쳐서 생각의 흐름을 끊는 사고정지법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최악의 상황이 반복하여 떠올라 불안이 증가하면 정말 즐거웠던 과거기억을 자세하게 떠올리거나 숫자를 거꾸로 세어보는 것도 인지적 피드백을 중단시키는 데 좋은 방법이다.

우울과 무기력 :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여 느끼는 낙담에서 시작하여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비탄까지 대부분 슬픔 또는 우울함이나 무기력과 관련된 감정들이다. 스트레스 사건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정서반응이 불안이나 분노지만 슬픔이나 우울함 그리고 무기력도 흔히 나타나는 정서반응이다. 슬픔은 자기와 가까운 사람의 상실이나 친밀한 관계의 중단에 의해 흔히 나타나는 감정으로 삶을 길들이는 역할을 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우울증으로 진전되기도 한다. 한편 학습된 무기력이론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계속되고 사람이 이를 극복하는 데 실패하게 되면 무기력과 우울함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셀리그만과 마이어의 실험에서 개는 전기충격을 피할 수도 없고 중단시킬 방법도 없는 방을 경험하고 나면 불쾌한 자극을 쉽게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것을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심지어 개를 다른 방으로 옮겨놓아서 불쾌한 자극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도 전혀 학습을 하지 못했다. 셀리그만과 마이어는 개가 사전 경험을 통하여 어떻게 해도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고 자기가 무기력하다는 사실을 학습하고 나면 상황이 바뀌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포기하게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인간도 역시 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반복해서 경험하게 되면 무기력과 우울, 위축 같은 특징을 보이는 학습된 무기력이 나타난다. 학습된 무기력 이론은 사람들이 극복하기 어려운 사건을 겪었을 때 왜 모든 것을 쉽게 포기하는지를 설명해 준다. 

스트레스에 대한 인지반응

인지기능 저하 : 시간적 압박감 같이 과잉부담을 주는 스트레스는 터널시야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 터널시야현상이 나타나면 가능한 상황을 예측하거나 대안을 고려하기보다 주어진 단서나 평소의 관행에 의존하여 즉각적으로 반응하려는 경향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시간에 맞춰 발사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던 미국 NASA 직원들은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발사를 강행하여 7명의 우주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결함은 평소 같으면 충분히 찾아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사려 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면 사소한 일에도 쉽게 흥분하고 충동적인 판단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해결이 시급한 문제에 대해서는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보다 과거에 늘 사용했던 해결책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증가한다.

각성 수준과 수행 : Yerkes-Dodson 법칙에 따르면 스트레스로 인한 각성이 수행에 항상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적절한 각성상태에서 가장 높은 수행을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냥 혼자 농구공을 골대에 넣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경쟁을 하게 되면 더 빠르고 정확하게 농구공을 넣을 수 있다. 그러나 농구공을 얼마나 골대에 넣는 지로 시험을 보게 되었다면 더 강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것으로 인한 지나친 흥분은 수행을 떨어뜨릴 수 있다.